8월의 어느날, 조합원 지선님을 만나기 위해 수원에 위치한 '펭귄의 날갯짓'에 방문했어요. '펭귄의 날갯짓'의 활동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사무실에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 너무 설레더라구요. 참 따뜻하고 마음 편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공간을 둘러보고 근처 비건 카페에서 지선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참 선명한 자아를 지니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가진 신념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주도적으로 삶을 선택해 나가시는 모습이 멋진! 지선님과의 만남 이야기 시작해 볼께요!
Q. 지선님, 반가워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토닥 조합원 지선입니다. 현재 ‘펭귄의 날갯짓’이라는 단체에서 정신질환 당사자 및 고립(경험) 청년 당사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제가 살고 있는 청년주택 1층에 오는 고양이들에게 밥, 물, 영양제를 챙겨주고 있어요.
Q. 토닥은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가입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A. 오래되어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20대부터 시민사회 활동을 시작했어요. 지역 기반 풀뿌리 여성단체 활동, 장애인활동지원사, 여성단체에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 소식지 기획 및 발행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20대 중후반 동작구에 있는 풀뿌리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던 시기~장애인활동지원사 일을 했던 시기 즈음 누군가가 토닥을 소개 했거나 페이스북에서 토닥 페이지를 보고 가입했던 것 같습니다. 활동을 하다보니 사회 이슈나 공동체, 대안적인 삶 등에 관심이 있어 토닥에 가입했어요.
Q. 여성 단체에 인연이 있으셨네요. 여성 활동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A. 집회에 처음 나간 것은 14~15살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된 성폭력 사건이 있었어요. 여성주의,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모를 아주 어린 시절부터 차별에 민감했어요. 유치원 다닐 때, 한 친구가 “야, 네 아빠 성 박씨지?”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저는 친구에게 아빠 이름을 말해준 적이 없어서 충격 받았어요. 엄마에게 그 일을 말하니 “당연하지. 아빠 성 따르니까.”라고 반응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아빠 성을 따른다는 자각을 처음 했어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왜 당연히 아빠 성을 따라야 하는지 의문 들었어요. 내 선택이 아니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나 아빠 성 안 따라 할 거야. 엄마 성 따를거야. 나 유지선 할거야!”라고 했습니다.
또 동화책에서 인어공주가 마지막에 왕자를 찌르는 대신 자신이 물거품이 되는 장면이 슬프고 화가 났어요. 초등학교 무렵 때, “어른이 되면 여자들을 지켜주는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Q. 토닥 공동체기금 이용이나 활동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으세요?
A. 처음 토닥을 가입한 것은 사회적 연결망이라는 감각 때문에 가입했어요. 여기서 대출해야지! 라는 생각은 저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대출’은 막연히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 했어요. 이자가 말도 안 되게 높거나, 못 갚으면 사람을 괴롭히는 그런 이미지였어요. 그래서 토닥과 같은 단체가 필요하다, 이런 단체에 회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에 가입했습니다.
첫 기금을 이용한 것은 아마 2022년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21년도 봄에 우울증과 ADHD를 진단받았습니다. 꾸준히 정신과 진료와 약물치료를 했지만 호전이 크게 없었어요. 그래서 2022년에는 당시 다니던 여성단체에 약 8개월간 휴직을 가졌습니다. 일을 쉬니 돈을 벌지 못하고, 모아놓은 돈도 없어 그 때 처음 기금을 신청했어요.
두 번째 기금은 어둡고 아픈 역사를 살펴보는 다크투어에 참여하고 싶어 신청했습니다. 이 기금을 빌린 시기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여행 가려고 기금을 신청하긴 했는데 그 때 상황이 안 좋아서 병원비, 월세 등 생활비로 쓴 것 같아요. 우울증이 심한 시기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두 번의 기금을 신청했고, 현재 두 번째 기금을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조합원 활동 경험은 청년지갑트레이닝에서 진행하는 재무 분석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합원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Q. 토닥 공동체기금을 이용해 보니까 어떠셨어요?
A. 가장 먼저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금을 받기 전, 기금 이용 상담을 하잖아요. 상담 과정에서 내 상황을 꼬치꼬치 묻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재무 상태와 흐름을 확인하고, 이 기금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쓰일지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요. 내 가난을 증명할 필요도 없고, 왜 돈을 제대로 모으지 않았냐는 식의 시선을 받지 않잖아요. 이자도 자율 후원 방식이라 좋았습니다.
토닥의 장점이 또 있어요. 조합원의 상황에 맞게 소통해서 조율할 수 있는 신뢰와 존중이 있는 곳이라는 것이예요. 한 예로 제 수입이 들어오는 날짜와 토닥 조합비, 기금상환일이 달라 출금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메일로 연락을 드려요. 제 현재 수입, 지출의 흐름을 공유합니다. 그 이유는 갚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기금 상환 출금이 안 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죠. 그리고 “0월 0일에 출금이 안 될 텐데 대신 0월 00일에 이체하겠다”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조합원으로서 책임감 있게 먼저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토닥 그리고 토닥의 다른 조합원들과의 신뢰,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해요. 정해진 일자에 출금이 안 된다고 해서 조합에서 저를 고소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니 조합원 자신이 마땅히 책임감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토닥 조합원이 되신지 6년 정도 됐는데 오래 조합원을 유지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 토닥이 잘 됐으면 좋겠고, 필요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가장 크죠. 돈이 필요할 때 누구나 가족,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제1금융권을 이용할 수는 없잖아요.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일수록 제3금융권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토닥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주변에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 돈 잘 못 버는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게 토닥을 소개하고있어요.
토닥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취약한 여성들을 위한 금융교육을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 대부분 불법 대부업을 이용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소액을 빌렸지만 이자가 너무 커져서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또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피신하거나 이혼해야 하는데 경제력이 없어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피해 혼자 피신하던, 미성년 자녀를 데리고 나온 여성들이던 잠시라도 피신할 기간 동안 필요한 기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관련 여성단체와 협력해서 추진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Q. 같이 기획해보면 좋겠네요. 앞으로 하고 싶은 조합원 활동이 있다면?
A. 조합원들과 주제를 정해 그림 그리며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예를 들면,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다면 반려 동물 그림을 그리면서 반려 동물과 만나게 된 계기, 반려 동물의 특징, 집사로서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제가 기획과 진행을 할 수 있습니다!
Q. 어머~ 좋아요! 곧 추진해 봐요. 토닥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기대보단 바람이 있죠. 활동가들이 적정 임금을 받으며 활동했으면 합니다. 현재 소액의 활동비를 받으며 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바람이 이루어지려면 조합원도 많이 확대 되어야 하겠죠?! 활동가들이 적정 임금을 받으며 활동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활동,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이 안정되어 최소 한 두명 이라도 상근으로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는 모두 비상근 이잖아요. 제가 느끼는 것은 지금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정말 감사합니다.
Q. 마지막으로 토닥에 한마디 해주신다면?
A.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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