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햇살이 따뜻했던 일요일 아침, 수진님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꼭 봄소풍 가는 기분이었어요. 몇 번 전화로 소통한 적이 있어서, 기회가 되면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됐습니다! 설레는 만남에 꽃 선물을 하고 싶어서 고양이를 키우시냐고 여쭤봤어요.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고양이에게 꽃이 치명적이라고 하더라구요. 갑자기 고양이를 키우냐는 쌩뚱맞은 질문에도 친절히 답해주시고, 이야기 나누는 중간 중간 참 따뜻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절하고 따뜻한 우영우의 친구처럼 ‘봄날의 햇살’ 같은 수진님과의 만남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
Q. 수진님, 반가워요. 꼭 뵙고 싶었는데, 드디어 뵙게되네요.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A. 저는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까지 미술을 하다가 2019년에 소매틱 표현예술치유를 알게 됐어요. 너무 재밌어서, 최근까지 몇년 동안은 관련된 일이나 공부들을 찾아서 하면서 지냈어요. 자격증 과정 이수나 상담심리학 공부, 연결되는 아이들 수업이나 장애인 활동지원 등이요. 현재는, 학비를 모으는 대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려고 계획중이예요.
Q. 와. 저는 연극치료 공부를 했어요. 반갑네요. 소매틱 표현예술치유는 무엇인가요?
A. 제가 공부한 것은 자신이 느끼는 신체 감각과 심상, 자신에게서 자체적으로 나오는 움직임 등이 중심이예요. 이 모든 것을 표현으로 존중하고 마주해요.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것을 전제로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움직임과 달라요. 자신의 몸의 목소리를 느끼는 감각경험들이 감정, 주제, 기억 등과 연결되는 원리예요. 예를 들어 트라우마 치유 쪽으로 간다면, 풀고 싶은 주제를 떠올리기만 해도 일어나는 몸의 반응을 혼자서 감당하거나 탐구하기는 보통 쉽지 않은데,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표현으로 공감하면서.. 모르던 감정이나 원하는 것 등과 만나는 걸 함께하는 작업이예요. 주제가 충분히 탐구되면서 에너지들이 해소되죠. 자신을 돌보는 길을 직접 터득하게 돼요, 자전거 타기처럼.
Q. 토닥은 처음에 어떻게 알게되셨어요? 가입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A. 저는 사회나 인간이 궁금하고, 삶의 실천에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비영리 단체들과 친해지던 중에 토닥도 알게 되서 가입했어요.
Q. 사회와 인간에 대해 주목하는 활동에 관심갖게 되신 이유가 있으세요?
A. 제가 워낙 질문이나 호기심이 많은 성향이기도 하지만, 청소년기에 느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살았던 강원도 강릉, 울산, 인천 등에 있던 동네들에는, 자연적으로 생긴 작은 마을공동체 비슷한 문화가 있었어요. 흙탕물에서 같이 놀고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며 장난칠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이 있었고, 부모님들도 서로 인사하는 사이였어요. 놀이터나 풀숲 등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즐거웠죠. 그러다가 부모님이 큰 빚을 지게 되시면서 빚을 갚기 위해 서울의 도심으로 직장을 옮기고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엄청나게 큰 부자 동네에, 상대적인 빈곤층으로 들어가게 된거죠.
서울에 대한 경험도 정보도 없이 이사를 가서 낯설기도 했고, 완전히 다른 세계였어요. 안타깝게도 13살인 제가 느끼기엔 지옥 같았어요. 왜냐면 그때당시 제가 느끼기엔 아이들이 놀이라는 것을 할 줄 모르는거예요. 술래잡기, 얼음땡같은 놀이 문화도 잘 모르고, 장난을 친다는 것이 뭔지,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자연스러운 관계와 문화 자체가 없는 거예요. 아이들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얼음판 같은 정서 상태에 계속 있는 느낌이 들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굉장한 부자에다가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모인 동네인데, 성공이 좋은 것이라면 아이들이 자유롭다고 느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이들은 명품을 두르고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전혀 행복하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이지 않은데, 이게 정말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인가. 그때 당시에는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해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이해의 여정은 진행중이예요.
그 경험을 계기로 모든 것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진지하게 생겼고, 세상에 대한 분노가 생겼어요. 성공이 뭐지? 행복이 뭐지? 돈이 뭐지? 제가 본 적 없고 겪어보지 못한 규모와 강도의 학교 폭력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선생님도 학부모도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아이들은 기계처럼 학원을 뺑뺑이 돌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서, 계속 분노가 일었어요. 이건 정말 건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아무도 바꾸려 하지 않는가.
그렇게 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자마자, 의문들을 풀기 위해 비영리 활동들을 본격적으로 했어요. 각종 활동단체를 찾아가서, 무엇을 하는지 소식을 보고, 시위하는 사람들은 왜 시위를 하는건지 현장에서 듣고, 갈등내용의 양쪽 입장을 다 만나고,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요.
Q. 토닥에 가입하시면서 어떤 기대가 있으셨어요?
A. 돈과 다양하게 관계를 맺어가고 싶었어요. 청소년 시기의 영향으로 돈을 혐오하고 있었는데, 돈을 다른 관점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돈 자체가 나쁜걸까? 내가 돈에 대해 오해를 하는 건 뭘까.. 하는 질문들이 있었고, 돈과 화해하고 싶었어요.
Q. 토닥에 함께하시면서 기대에 충족하셨어요?
A.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토닥을 많이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학비 등 급히 지출을 해야 할 때에 직접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 수입이 많지 않아서 출자는 조금씩 했었는데, 마침 돈이 필요하던 때에, 제가 쌓아왔던 출자금이 공동체기금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이 됐다고 해서, 기분 좋게 이용했어요. 그땐 은행 대출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기금 이용 상담을 해주셨던 분께서 제게 “비슷한 상황에 있는 청년들이 많다” 알려주셔서 위안이 됐어요. 조금씩, 돈과 다른 질감, 다른 온도로 만나갔어요. 예전처럼 돈을 멸시하고 피하기만 하지 않고요.
Q. 토닥 공동체기금이 힘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A. 힘든 시기였어요. 사회경험이 없으니까 시행착오도 있고, 진로나 정체성을 찾는 것이 노력만큼 안 풀리면서 경제상황이 끝까지 간 것이었거든요. 토닥 공동체기금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Q. 앞으로 토닥과 함께 할 수 있거나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으세요?
A. 청년 마음건강 프로그램의 설계와 실행을 토닥과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소매틱 표현예술치유를 기반으로요.
Q. 너무 좋네요!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토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토닥이 새로운 자조금융의 첫 번째 실현이 되면서, 이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자조금융의 시도들이 생겨 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토닥이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토닥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토닥의 다음 계절이 어떨까 궁금해요, 다음 계절을 같이 바라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