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은 나와 닮았어요. 포기해야 하나 고민되는 삶의 기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와 의미를 찾아 활동을 이어가는 길을 택했죠. 나와 닮은 조직, 토닥과 유의미한 한 걸음을 떼어보고 싶어요.”
눈이 부시게 화창한 4월 둘째 날, 성수동에 위치한 가능성의 공간 ‘리와인더’에서 조합원 노움님을 만났어요. 봄을 닮은 후리지아를 선물로 드렸더니 환하게 웃으며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고 기뻐하시는데 그 모습이 봄이더라구요. 리와인더는 노움님이 운영하시는 공간이예요. 정말 독특하고 멋진 공간이라 공간 이야기도 궁금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랜만에 힐링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지금부터 노움님의 삶과 꿈이 담긴 이야기 시작해 볼께요.
Q. 너무 반가워요.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노움님 소개 부탁드려요.
A. 리와인더를 운영하면서 독립예술영화관 KU시네마테크에서 영사기사로 일하고 있어요. 영화관에 가보시면 뒤편 영사실에서 영사기로 영화를 상영하잖아요.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알프레도와 토토가 했던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리와인더는 공간 대관이나 행사가 있을 때 열고 평소엔 영화관으로 출근하고 있어요.
Q. 우와 영사기사! 너무 멋진데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A. 2012년에 CGV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영사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기회를 주더라구요. 평소 영화를 좋아해서 해보고 싶었어요. 본격적으로 영사기사로 일하게 된 건 2018년부터예요. 독립예술영화관이라 수입이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정규 프로그램 외에도 각종 노조 대관 상영이나, 학생 영화 졸업 상영회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상영회는 동물자유연대에서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곰마워’의 후원 상영회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뿌듯했죠.
Q. 공간이 좋네요. 아지트 같은 느낌이예요. 리와인더는 어떻게 운영하게 되셨어요?
A.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전공했어요. 미대를 다니다가 미국발 경제위기로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미술작가보다는 비교적 수입이 안정적인 영화 일을 택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미술 작업을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처음엔 미술 작업 공간으로 오픈했어요.
공간을 생각하게 된 건,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와 고시원 생활 경험이 많아서 주거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2020년에 서울청년센터 ‘광진오랑’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나만의 공간 만들기’를 진행했어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집을 대신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죠. 그래서 2021년 5월에 이 공간을 계약하게 됐어요.
처음엔 공장지대에 위치한 허름한 공간이어서 입주를 결정하기 어려웠는데 아버지가 공간의 가능성을 보시고 확신을 주셨어요. 그리고 리모델링도 함께 해주셔서 새로운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픈했던 시기가 코로나와 맞물려서 운영이 주춤해졌어요. 계속 유지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장인학교에서 로컬크리에이터 교육을 듣고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힘을 냈어요. 디자이너인 동생과 함께 공간 컨셉을 돌아보는 사람들을 위한 이색문화공간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잡고 작년 11월에 지금의 리와인더로 재오픈 했습니다.
Q. 영화와 미술, 노움님의 꿈이 담긴 공간이네요. 나중에 이곳에서 토닥 조합원 모임을 해도 좋겠어요. 처음 토닥은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어요?
A. 토닥에 가입을 한 건 2023년 1월이었는데 알게 된 건 그 전에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강의를 듣고 알게 됐어요. 공동체 금융의 필요성에 공감이 되더라구요. 그 이후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가 있어서 가입을 하게 됐는데 아직 공동체 대출을 이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나도 도움받을 수 있겠다 싶은, 보험을 든 것 같은 마음이예요.
Q. 제가 갑자기 연락을 드렸는데 당황하지 않으셨어요?
A. 전화를 주실지는 몰랐어요. 놀라기는 했는데 통화를 하다보니 토닥이 단순히 가입했던 기관에서 사람으로 전환되면서 더 가깝게 느껴지더라구요. 이전에 뉴스레터를 받아보면서도 토닥 이름만큼이나 토닥토닥 위로받는 은은한 연대를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나 같은 수동적인 조합원도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조합원 만남 초대에 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코로나 이후에 조합원 모임 등 조합 행사를 하면 참여율이 예전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 운영진으로 함께하실 분들을 만나는 것도 어렵구요. 어떻게 하면 조합원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을까요?
A. 저도 마찬가지지만 다들 생업과 학업이 바쁘다보니 다른 일에 관심과 힘을 쏟을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나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활동 중심으로 참여하게 되구요. 부담되지 않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즌제 형식으로 운영진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Q. 부담없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활동, 생각해 보니 저는 조합원 출자저축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이 좋았어요. 제가 생활경제 상담사라 잠시 말씀드리면^^ 보통 저축이라고 하면 돈을 모아두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축은 미래에 필요한 지출을 준비하는 개념이거든요. 미래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목표 금액, 시기를 정해서 저축을 해야 하는데 토닥에서 진행하는 출자저축은 조합원들이 모여 서로의 계획도 응원하고 지지하면서 함께 저축을 하니까 더 좋더라구요. 부산국제영화제 출자저축에 참여했었는데 진짜 좋은 경험이었어요.
A. 오~ 저도 부산국제영화제 저축에 참여하고 싶어요! 매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는데 그렇게 같이 가면 너무 좋겠는데요? 꼭 같이 해요!
Q.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같이가고 6월에 토닥 후원행사를 기획하고 있는데 기획단에도 참여해 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재밌게 같이 준비해 봐요~!
A. 좋아요. 참여해 볼께요. 회의 공간이 필요할 때 리와인더 공간도 빌려드리겠습니다.
Q. 우왕~ 좋아요. 좋아요! 마지막으로 청년연대은행 토닥에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A. 토닥은 나와 닮았어요. 포기해야 하나 고민되는 삶의 기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와 의미를 찾아 활동을 이어가는 길을 택했죠. 나와 닮은 조직, 토닥과 유의미한 한 걸음을 떼어보고 싶어요.